Kostenlos

전사로의 원정

Text
Aus der Reihe: 마법사의 링 #1
Als gelesen kennzeichnen
Schriftart:Kleiner AaGrößer Aa

그렇지만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이미 명장은 수많은 실버 대원들에게 둘러 쌓여 있었고 명장을 비롯한 나머지 실버 대원들이 토르를 미쳤다고 생각할까 두려웠다. 대신에 토르는 명장이 다가와 마지막으로 토르의 어깨를 토닥거렸음에도 그 자리서 서서 입을 꽉 다물었다.

“폐하를 지켜드려.”

명장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토르의 등에 한기가 서렸다. 마치 명장이 토르의 생각을 훤히 읽고 있는 것 같았다.

돌아선 명장은 다른 실버 대원들과 도항을 떠나 말을 달렸다. 그들의 등 뒤로 금속 문이 서서히 다시 내려왔다.

명장이 떠나버렸다. 토르는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 다시 만나기까지 일년이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토르는 다시 말에 올라 고삐를 쥐고 세게 발길질을 했다. 벌써 시간은 오후였고 축제까지는 반나절가량 남아 있었다. 토르의 머릿속에는 명장이 마지막 남긴 말이 주문처럼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폐하를 지켜드려.

‘폐하를 지켜드려.’

제 28장

어둠 속에서 쉬지 않고 달려온 토르는 마침내 왕궁의 마지막 성문을 통과했다. 가쁜 숨을 쉬며 아직 다 멈추지도 않은 말에서 뛰어내려 시중 한 명에게 고삐를 건넸다. 온 종일 말과 함께한 하루였고 이미 해는 몇 시간 전에 자취를 감췄다. 성문 안으로 횃불이 환했고 축제가 한창 진행중인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얼른 정신을 차려 쓸데없는 생각을 지웠고 너무 늦게 도착한 게 아니길 기도했다.

가까이 있는 시중에게 다가갔다.

“모든 계급들이 다 왔나요?”

토르가 재촉하듯 물었다. 왕이 아직 괜찮은지 확인해야 했으나 독살 여부는 직접적으로 물어볼 수 없었다.

시중은 당황스런 표정으로 토르를 쳐다봤다.

“왜 안 그렇겠어? 늦게 온 너를 제외한 모든 계급이 다 왔지. 왕의 부대 부대원이라면 언제나 시간을 지킬 줄 알아야 해. 더군다나 옷이 너무 지저분하구나. 네 동료들에 비해 너무 초라해. 손부터 씻고 서둘러 입장하거라.”

땀 범벅이 된 토르는 급히 성문을 지나 물이 가득 찬 석조 대야에 두 손을 담갔다. 손으로 얼굴에 물을 끼얹고 그대로 긴 머리까지 쓸어 올렸다. 이른 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쉬질 못했다. 말을 타고 길을 달리느라 온 몸이 먼지투성이였고 하루가 마치 열흘처럼 길게 느껴졌다. 크게 심호흡을 했다. 마음을 진정하고 차분해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재빨리 복도를 지난 토르는 연회장으로 안내하는 커다란 문 앞에 멈춰 섰다.

커다란 아치형 문을 열고 들어서자 꿈에서 본 광경이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눈 앞에 30미터가 족히 넘는 기다란 연회 테이블 두 개가 저 멀리까지 쭉 이어졌고 그 끝에 왕이 자리하고 있었다. 맥길 왕은 그곳에서 따로 마련된 자리에 앉아 있었고 주변으로 시중들이 왕을 보좌하고 있었다. 들려오는 소음이 너무 시끄러워 누군가 귀를 때리는 기분이었다. 연회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시중들뿐만 아니라 실버 대원들, 부대원들이 연회석에 자리해 있었고 이 외에도 초대받은 연주자들과, 무용수들, 광대들을 비롯해 수십 명의 매춘부들 등 수백 명이 연회장을 채우고 있었다. 각기 다른 업무를 배정받은 시중들과 호위병도 북적거렸다. 개들마저 연회장을 뛰어다니느라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남자들은 커다란 잔으로 와인과 맥주를 마셔댔고,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동무를 하고 술을 예찬하는 노래를 부르며 술통을 부딪혔다. 테이블 위에는 산해진미가 가득했다. 멧돼지와 사슴을 비롯해 사냥한 모든 짐승들이 벽난로 앞에서 꼬치에 끼워져 익고 있었다. 절반 정도는 만찬을 즐기고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 다녔다. 혼란스러운 연회장과 술 취한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차라리 조금 더 일찍 와 정돈된 모습을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한 터라 연회는 어느새 음주 축제로 변질돼가고 있었다.

눈 앞의 아수라장에 당황을 금치 못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였다. 다행히 왕이 아직 살아 있었기에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왕은 매우 좋아 보였다. 덕분에 토르는 백사가 사실 별 뜻이 없었던 게 아닌지, 아니면 별것도 아닌 일을 크게 생각해 혼자 환상을 키운 게 아닌지 순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했다. 서둘러 왕에게 다가가 위험을 알려야 한다는 긴박한 마음만이 그를 재촉할 뿐이었다.

‘폐하를 지켜드려.’

왕을 만나기 위해 붐비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인파로 가득해 앞으로 나가기가 힘들었다. 만취한 사람들 틈에 끼어 어깨를 부딪혔고 왕은 저 멀리 30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었다.

반쯤 걸어가니 그웬돌린 공주가 시야에 들어왔다. 덕분에 토르는 잠시 그 자리에 멈췄다. 공주는 연회장 옆에 마련된 작은 테이블에 앉아있었고 시녀들에게 둘러 쌓여있었다. 평소와 달리 침울한 표정이었다. 음식과 음료엔 손도 대지 않은 채 다른 왕족들과 떨어져 따로 마련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뭐가 잘못된 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사람들 사이를 벗어나 서둘러 공주에게 다가갔다.

마침 공주가 고개를 들어 토르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평소처럼 웃어주기는커녕 오히려 공주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토르는 처음으로 공주의 눈빛에서 노여움을 발견했다.

공주는 의자를 뒤로 밀고 일어서더니 뒤로 돌아 자리를 피했다.

심장에 칼날이 꽂힌 것 같았다. 공주의 태도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토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인가?

토르는 급하게 연회 테이블을 돌아 공주에게 달려가 공주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았다.

그러나 매몰차게 내치는 공주의 모습이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뒤돌아본 공주의 얼굴엔 인상이 가득했다.

“감히 건들지마!”

공주의 반응에 놀란 토르는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토르가 알고 있는 공주가 맞긴 한 걸까?

“죄송해요. 나쁜 의도는 없었어요. 무례를 범하려던 것도 아니에요. 단지 얘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더 이상 네게 볼일 없어.”

분노로 눈까지 빨개진 공주의 어조가 흥분돼 있었다.

토르는 숨이 막혔다. 뭘 잘못했는지 알고 싶었다.

“공주님, 말해주세요, 제가 잘못한 게 있나요? 그게 뭐든지 사과할게요.”

“네 잘못은 구원받을 수도 없어. 그 어떤 사과도 소용없어. 너 자신이 문제야.”

공주가 다시 자리를 비켰다. 공주를 그대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입맞춤까지 나눈 공주를 이대로 가버리게 놔 둘 수 없었다. 알아야만 했다. 무슨 연유에서 공주가 토르를 증오하게 됐는지 이유를 알아내야 했다.

토르는 달려가 공주 앞을 가로막았다. 이대로 공주를 보낼 수 없었다. 이런 식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웬돌린 공주. 적어도 제 잘못을 깨달을 기회를 한번은 주셔야죠.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분노에 가득 찬 공주는 허리에 손을 짚고 토르를 주시했다.

“너도 알고 있을 거야. 아주 잘 알고 있을 거야.”

“모르겠어요.”

공주는 토르의 얼굴을 주시하며 표정을 읽었다. 그리고 마침내 토르의 말이 진실임을 믿는듯했다.

“네가 날 만나기 전날, 사창가에 갔었다며. 여러 여자들하고 어울렸다던데. 밤새 그 여자들하고 즐겼다면서. 그러고 나서 다음날 아침 날 만나러 온 거잖아. 이제 기억나? 정말 역겨워. 널 만났다는 게, 널 안았다는 게 역겨워. 다시는 네 얼굴 보고 싶지 않아. 감히 날 우롱했어. 그 누구고 날 함부로 우롱하지 못해!”

“공주!”

공주를 붙잡아 해명을 하고 싶은 마음에 토르는 큰 소리로 외쳤다.

“다 거짓말이에요!”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악단이 자리를 잡더니 난데없이 연주를 시작했고 공주는 재빨리 군중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얼마 있지 않아 토르는 공주의 뒷모습마저 놓쳐버렸다.

부글부글 화가 치밀었다. 도대체 누가 공주에게 거짓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고자질해 공주의 마음을 돌려세운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배후가 누구인지 밝히고 싶었다. 그러나 공주와의 관계가 엉망이 되어버린 마당에 그 모든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했다. 그저 죽을 것만 같았다.

토르는 뒤돌아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백사가 생각 났지만 더 이상 살아야 할 의미를 잃어버린 지금, 모든 게 다 부질 없었다.

몇 발자국 채 걷지도 못했는데 난데없이 알톤이 나타나 토르의 길을 막아 섰다. 토르를 내려다보는 일그러진 얼굴에는 만족스런 미소가 가득했다. 알톤은 비단 하의에 벨벳 상의를 입고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기다란 코가 더 돋보이도록 턱을 아래로 내려 토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극도로 오만하고 자만심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아니 이게 누구야, 평민 아니야. 미래의 신붓감은 만나 봤나? 내 생각엔 벌써 네 사창가 소문이 멀리 퍼진 것 같던데. 소문이 다 돌았어.”

알톤은 몸을 가까이 숙이더니 작고 누런 이를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사람들의 수군거림 잘 알잖아. 일말의 진실이라도 깃들어 있다면 금새 소문이 번지지. 그 일말의 진실을 내가 알고 있거든. 이제 네 명성도 땅에 떨어졌어.”

분노가 끓어올라 참을 수가 없었다. 토르는 알톤에게 달려들어 주먹으로 배를 가격했다. 이에 알톤은 무릎을 꿇고 넘어졌다.

잠시 후 사람들이 토르를 붙잡았다. 부대원들과 병사들이 이들을 떼어놓기 위해 앞을 막아 섰다.

“주제넘게 군 줄이나 알아!”

알톤이 삿대질을 하며 토르에게 소리쳤다.

“아무도 왕족에게 손대지 못한다고! 평생 형구를 차고 살 줄 알아! 내가 널 체포할거야! 명심해! 날이 밝으면 바로 끌려갈 줄 알라고!”

알톤은 한바탕 고함을 지르더니 이내 뒤돌아 연회실을 뛰어나갔다.

그러나 토르는 알톤과 알톤의 사병들을 마음에 둘 여력이 없었다. 정신이 번쩍 든 토르는 오직 맥길 왕만을 생각했다. 토르를 붙잡은 부대원들의 손을 치우고 다시 왕이 있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서둘러 인파를 헤쳤다. 마음 속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소용돌이 쳤다. 돌아가는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이제 막 왕국에 도착해 명성을 얻기 시작했는데 이 모든 게 악의에 가득 찬 뱀 같은 녀석 때문에 무너져 버렸고 공주의 오해로 이별통보까지 받았다. 더군다나 내일 당장 구금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두려웠다. 왕비를 이미 적으로 둔 상황이었기에 토르가 구금될 확률을 더욱 컸다.

어쨌든 당장은 이 모든 생각을 접기로 했다. 당장을 왕을 구하는 일이 토르의 주된 관심사였다.

좀 더 격해진 동작으로 사람들을 헤치며 앞으로 밀고 나갔다. 재주를 뽐내는 어릿광대와 부딪히는 바람에 토르는 어쩔 수 없이 광대를 피해 옆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서도 시중 세 명을 지나서야 마침내 왕의 테이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맥길 왕은 테이블 가장자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손에는 커다란 와인 잔이 들려 있었고 달아오른 얼굴로 공연을 즐기며 웃고 있었다. 왕의 주변으로 최정예 장군들이 앉아 있었다. 왕을 마주보고 선 토르는 조금 더 앞으로 나섰고 이에 왕은 토르를 돌아봤다.

“폐하.”

토르는 간절하게 외쳤다.

“올릴 말씀이 있습니다! 꼭 이요!”

토르를 제지하기 위해 병사 한 명이 앞으로 나섰지만 맥길 왕은 손을 들어 병사를 물렸다.

“토르그린!”

취기가 오른 왕의 목소리가 깊이 울렸다.

“얘야. 왜 여기까지 온 거냐? 부대원 자리는 저쪽인데.”

토르는 고개를 낮게 숙여 예의를 차렸다.

“폐하, 죄송합니다만.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연주자 한 명이 다가와 토르의 귀에 심벌즈를 울렸고 이에 왕은 손짓을 건네 연주를 중단시켰다.

음악이 멈췄고 모든 장군들이 토르에게 시선을 옮겼다. 토르는 자신에게 집중된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

“그래, 토르그린 젊은 친구, 이제 네게 발언권이 주어졌다. 말해보거라. 무슨 일이기에 오늘 당장 해야 한다는 것인지.”

“폐하.”

토르는 입을 열었지만 이내 말문이 막혔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것인가? 꿈을 꾸었다는 말을? 백사를 봤다는 말을? 왕이 독살될 것 같다는 말을? 터무니없이 들리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토르는 말을 이었다.

“폐하, 제가 꿈을 하나 꾸었습니다. 폐하에 관한 꿈이었습니다. 이 연회장, 바로 이곳에서 일어났습니다. 꿈에서……그러니까 폐하는 술을 마시면 안됩니다.”

왕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앞으로 몸을 숙였다.

“그러니까 내가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것이냐?”

왕은 토르의 말을 큰소리로 또박또박 반복했다.

잠시 황당한 침묵이 이어졌다. 왕은 다시 몸을 뒤로 기울이고 테이블이 울릴 정도로 크게 폭소했다.

“그러니까 내가 술을 마시면 안 된다니!”

왕이 다시 한번 반복했다.

“도대체 무슨 꿈이 그런가! 터무니없는 꿈을 꿨구나!”

왕은 의자에 몸을 기대어 앉아 토르에게 호통쳤고 이내 옆에 있던 장군들도 이에 동조했다. 토르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지만 그래도 차마 그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왕이 손짓하자 병사들이 다가와 토르를 끌고 갔다. 하지만 토르는 거칠게 병사들의 손을 치웠다. 이미 굳게 마음을 먹은 터라 왕에게 꼭 위험을 알려야 했다.

‘폐하를 지켜드려.’

“폐하, 제 말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토르는 달아오른 얼굴로 왕에게 다가가 소리치며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쳤다.

테이블이 심하게 흔들렸고 사람들이 일제히 토르를 주시했다.

모두가 놀라 모두 말문이 막혔고 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네 말을 명심해? 내게 감히 명심하란 말을 하다니!”

왕의 노여움이 더욱 고조됐다.

“폐하, 용서하십시오. 불경을 저지르려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폐하의 안위가 염려됩니다. 제발. 술을 드시지 마세요. 꿈속에서 폐하께서는 독살되셨습니다! 제발, 폐하가 걱정돼서 이러는 겁니다. 그 외에 다른 의도는 절대 없습니다.”

왕의 인상이 조금씩 누그러졌다. 왕은 토르의 눈을 주의 깊게 주시한 뒤 크게 숨을 쉬었다.

“그래, 네 마음을 알겠구나. 비록 네가 미련한 짓을 저질렀지만 네 불경을 용서하겠다. 가라. 오늘밤은 더 이상 네 얼굴을 보고 싶지 않구나.”

왕이 손짓하자 병사들이 아까보다 토르를 더욱 세게 붙들어 끌고 갔다. 이내 한두 잔씩 술잔이 비워지며 왕의 테이블에 유쾌함이 재개됐다.

토르는 분을 삭이지 못한 채 끌려나갔다. 이곳에 와서 벌인 일들 덕에 덜컥 겁이 났다. 내일이면 그 대가를 치를 거란 생각에 기운이 완전히 빠져버렸다. 어쩌면 왕궁에서 쫓겨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평생토록.

병사들은 토르를 내치고 가버렸다. 돌아보니 부대원 테이블이었다. 왕의 테이블과는 6미터 남짓 떨어져있었다. 누군가가 어깨에 손을 짚어 돌아보니 리스 왕자였다.

“계속 널 찾아 다녔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이잖아!”

여전히 당혹스러운 마음에 토르는 대답조차 할 기운이 없었다.

“이리 와서 앉아, 내가 자리 맡아놨어.”

리스왕자는 토르를 끌고 자신의 옆 자리에 앉혔다. 왕족 옆으로 나란히 마련된 테이블이었다. 고드프리 왕자는 양 손 가득 술잔을 들고 있었고 그 옆으로 개리스 왕자가 쉬지 않고 눈동자를 굴리며 이곳 저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토르는 그 누구보다 그웬돌린 공주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싶었다. 그러나 공주는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토르? 마치 이 테이블이 널 잡아먹기라도 하듯 계속 여기만 노려보고 있잖아.”

왕자는 토르 옆자리에 앉아 재차 질문했다.

토르는 고개를 저었다.

“말씀 드려봐야 믿지도 않으실 거에요. 그냥 조용히 입다물고 있을래요.”

“말해봐. 내게 못할 말이 뭐가 있어.”

왕자는 집요하게 토르를 재촉했다.

왕자의 눈을 바라본 순간 드디어 자신의 말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줄 누군가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토르는 크게 숨을 마신 뒤 말을 꺼냈다. 밑져 봐야 본전이었다.

“어젯밤 숲에서요, 그웬 공주와 같이, 백사를 봤어요. 공주님께서 백사가 죽음의 전조라고 하셨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아르곤님을 찾아갔고 누군가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얘길 들었어요. 그리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폐하께서 독살당하시는 꿈을 꿨어요. 바로 오늘밤 이곳에서요. 확실한 예감이 들어요. 폐하가 운명하실 거라는. 누군가가 폐하의 암살을 꾸미고 있어요.”

횡설수설하며 뱉어냈지만 그래도 더 이상 혼자 끙끙 앓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었다.

리스 왕자는 말없이 토르의 두 눈을 주시할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네 말이 사실인 것 같구나. 의심의 여지가 없어. 그리고 아버지를 염려해줘서 정말 고마워. 난 널 믿어. 진심으로. 그렇지만 꿈은 간교해. 언제나 생각대로 되는 건 아니야.”

“폐하께도 말씀을 드렸어요. 모두들 절 조롱하셨어요. 물론 폐하께서는 계속 술을 드시겠죠.”

“토르, 네가 확실히 꿈을 꾼 건 알겠어. 그리고 네 불안한 마음도 이해해. 그렇지만 나도 평생토록 수많은 악몽을 꿨어. 어제는 궁궐에서 쫓겨나는 꿈을 꿨고 꿈이 깼는데도 그 기분이 생생했어. 그렇지만 난 쫓겨나지 않았잖아. 내 말뜻 알겠니? 꿈이란 참 묘해. 그리고 아르곤의 말은 수수깨끼 같아. 전부 다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단 얘기야. 폐하께선 멀쩡하시잖아. 나도 그렇고. 우리 부자 모두 다 괜찮을 거야. 편하게 앉아서 술을 좀 마시고 쉬어. 축제를 즐겨야지.”

이 말을 끝으로 리스 왕자는 푹신한 털 의자에 기대어 앉아 술을 마셨다. 리스 왕자가 손짓하자 시중 한 명이 토르 앞에 커다란 사슴고기와 술잔을 대령했다.

토르는 멀뚱히 앉아 음식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의 삶이 서서히 녹아버리는 느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무얼 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여전히 머릿속엔 어젯밤의 꿈만 맴돌았다. 연회실에 앉아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꿈에서 깨어났는데도 악몽 속에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토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고작해야 왕에게 올려지는 술과 술잔을 예의주시하는 것뿐이었다. 시중 한 사람 한 사람을 눈 여겨 봤고 술잔 하나도 놓치지 않고 주시했다. 왕이 술을 한 모금 넘길 때마다 토르는 움찔했다.

 

집착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한시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몇 시간이 넘도록 쉬지 않고 눈으로 상황을 감지했다.

마침내 한 시중이 남다르게 생긴 술잔을 들고 왕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커다란 술잔은 최고급 금으로 제작됐고 루비와 사파이어로 장식돼 있었다.

꿈속에서 본 술잔이 틀림없었다.

왕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가는 시중을 보고 있자니 두려움에 토르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왕과 시중과의 거리가 채 한걸음 남았을 무렵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토르의 모든 자의식이 저 술잔에는 분명 독이 들었다고 외쳐대며 그를 괴롭혔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거칠게 팔을 저어 사람들을 밀쳐내며 군중 속을 헤쳐나갔다.

이제 막 왕이 두 손으로 술잔을 들어올린 순간 토르는 테이블 위로 뛰어올라 팔을 뻗어 왕의 술잔을 쳐냈다.

날아간 술잔은 쨍그랑 소리와 함께 돌 바닥을 뒹굴었고 주변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회장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악단들과 광대들이 일제히 얼어 붙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토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왕은 토르를 노려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감히 네가! 무례한 녀석 같으니라고! 무례의 대가로 형구를 채우겠다!”

왕은 날카롭게 호통쳤다.

토르는 공포에 질린 채 서있었다.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다.

그 와중에 사냥개 한 마리가 와인이 엎질러진 바닥으로 걸어가 바닥을 핥기 시작했다. 토르가 뭐라 변명을 할 새도 없이 사람들이 그대로 지켜보는 가운데, 모든 시선이 끔찍한 신음을 토하는 사냥개로 향했다.

“저 와인에 독이 든걸 넌 알고 있었어!”

누군가가 소리쳤다.

돌아보니 개리스 왕자가 토르를 비난하듯 손가락을 가리키며 왕에게로 다가갔다.

“저 술잔에 독이 든걸 어떻게 알고 있을 수가 있지? 네가 독을 탄 게 아닌 이상 말이야! 토르가 왕을 독살하려 했어!”

연회장을 메운 군중들이 분노를 토로했다.

“토르를 지하감옥에 가두거라.”

왕의 명령이 떨어졌다.

잠시 후 병사들이 다가와 토르의 사지를 붙들고 연회장 밖으로 끌고 갔다. 토르는 항의의 몸부림을 쳤다.

“아니에요!”

죽을힘을 다해 외쳤다.

“잘못 알고 계세요!”

그러나 누구도 토르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빨리 연회장 밖으로 끌려나갈 뿐이었다. 토르는 눈 앞에서 멀어지는 사람들이 지켜봤다. 눈 앞에서 토르의 삶이 사라지고 있었다. 병사들은 토르를 끌고 연회실 한쪽 벽에 연결된 문을 열고 들어가 이내 연회실로 향하는 문을 닫아버렸다.

조용한 공간이었다. 잠시 후 토르는 어디론가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살펴보니 토르를 나눠 든 병사 여럿이 구불구불한 돌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밑으로 갈수록 주변이 점점 어두워졌고 울부짖는 죄수들의 목소리가 선명해졌다.

감방의 철문이 열리자 그제서야 토르는 끌려온 곳이 어딘지 깨달았다. 지하감옥이었다.

토르는 거세게 반항하며 몸부림쳤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오해하는 거예요!”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서 다가오는 커다란 체구의 교도관이 보였다. 얼굴은 면도도 안 해 털이 덥수룩 한데다 치아는 누랬다.

교도관은 다짜고짜 토르를 노려봤다.

“그래, 내가 아주 잘 알고 있지.”

목소리가 매우 거칠었다.

교도관은 팔을 뒤로 쭉 뻗었다. 그의 주먹이 정면으로 얼굴에 날아온 것을 마지막으로 토르의 눈 앞이 깜깜해졌다.

세상이 암흑으로 변해버렸다.

지금 바로 구독 가능!

왕들의 행군

(마법사의 링 연작소설 제2권)



“음모, 대항책, 미스터리, 용맹한 기사들, 실연의 아픔이 가득한 사랑의 결실, 기만, 배신 등 마법사의 링은 즉각적인 흥행요소를 고루 갖춘 소설이다. 읽는 내내 즐거움이 가득하고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매료된다. 판타지 소설 애독자라면 영구 소장도서로 추천한다.”

--도서 및 영화 평론, 로버트 메토스.

‘왕들의 행군’은 토르가 어른이 되어 가는 서사시적 고투를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전사로의 여정에 오른 토르는 그의 존재와 그가 가진 힘의 본질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성찰을 한다.


감옥에서 탈출한 토르는 맥길 왕을 향한 또 다른 암살 시도에 충격을 금치 못한다. 맥길 왕의 사망 후 왕국은 혼란에 빠진다. 모두가 나서 왕권 장악을 위한 각축전에 뛰어들며 왕궁은 그 어느 때 보다 가족사와 권력투쟁, 야심, 질투, 폭력, 배신이 난무하게 된다. 반드시 맥길 왕의 자식들 중 한 명이 후계를 이어야 하는 상황에서, 모든 힘의 근원인 운명의 검은 또다시 선택된 자를 판가름 할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순조롭지만은 않다. 왕의 살해 도구가 밝혀지며 암살의 배후가 점점 드러나는 가운데, 엎친대 덮친 격으로 맥길 왕족은 맥클라우드 왕족의 침입이란 새로운 위협을 직면한다.

토르는 그웬돌린 공주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토르와 부대원들은 100일간의 훈련을 앞두고 짐을 싸라는 명령을 받는다. 모든 부대원들은100일간의 지옥훈련을 통해 단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반드시 무사히 살아 돌아와야 하며, 이를 위해 왕의 부대는 캐니언 협곡을 넘어 링의 보호막이 없는 와일드에서 탈투비안 바다로 항해한다. 부대원을 한층 성장시키기 위한 지옥훈련 장소는 다름아닌 용이 엄호하는 안개의 섬이다.

왕의 부대는 무사히 귀환 할 수 있을까? 이들의 부재 동안 링 왕국은 무사할 수 있을까? 또한 토르는 과연 자신의 운명 속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까?

‘왕들의 행군’은 정교하게 설정된 배경과 등장인물을 축으로 우정과 사랑, 경쟁자와 구혼자, 전사와 용, 음모와 정치적 권모술수, 성장, 실연, 기만, 야망 그리고 배신을 다루는 장편 서사소설이며 명예와 용기, 숙명과 운명, 마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왕들의 행군’은 연령과 성별에 구분 없이 누구에게나 영원히 뇌리에 각인될만한 판타지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현재 2권부터 13권까지 구독가능!

모건 라이스 저서 지금 바로 다운받기!



‘마법사의 링’ 연작소설 오디오 북으로 감상하기!


이용 가능 사이트:

Amazon

Audible

iTunes

모건 라이스 저서

마법사의 링 연작소설

전사로의 원정 (제1권)

왕들의 행군 (제 2권)

용의 숙명 (제 3권)

명예의 눈물 (제4권)

영광의 맹세 (제5권)

용맹의 충전 (제6권)

검의 의식 (제7권)

수여된 무기 (제8권)

주술에 사로잡힌 하늘 (제9권)

방패의 바다 (제10권)

강철 집권 (제11권)

화마에 갇힌 땅 (제 12권)

여왕들의 규칙 (제13권)


생존 3부작 연작소설

아레나 원: 슬레이버서너스(제1권)

아레나 투(제2권)

뱀파이어 저널 연작소설

일변 (제1권)

사랑 (제2권)

배신 (제3권)

운명 (제4권)

욕망 (제5권)

약혼 (제6권)

맹세 (제7권)

발견 (제8권)

부활 (제 9권)

갈망 (제10권)

숙명 (제11권)

모건 라이스 작가소개


모건 라이스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젊은 성인 이야기를 다룬 11권의 연작소설 ‘뱀파이어 저널(미완),’ 연작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2권의 스릴러 종말물 ‘생존 3부작(미완),’ 판타지 연작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위, ‘마법사의 반지(미완)’ 13권을 집필했다.

모건 작가의 소설은 오디오 북과 인쇄 본으로 출판됐고, 독일어, 불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일본어, 중국어, 스웨덴어, 네덜란드어, 터키어, 헝가리어, 체코어, 슬로바키아어로 번역됐다. (이 외 언어 번역본 출판예정)

모건 작가는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www.morganricebooks.com로 방문하셔서 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무료 소설, 증정품, 무료 앱 다운로드의 혜택과 최신 단독 소식을 제공받으실 수 있으며 페이스 북과 트위터를 통한 작가와의 소통이 가능합니다!